한 달, 어쩌면 두 달 가량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상황을 돌이켜보고 싶어서 안달을 내봤는데 결국엔 실패했고, 엔딩은 대형 수술 예정이라니... 어휴...

그야말로 심신이 피폐해진 셈이다. 


힘을 빼고 할 일을 하자.  그 수밖에 없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이렇게 계속 되뇌는 걸 보니 내가 정말 힘에 부쳐하고 있긴 한가보다. 힘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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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적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를 고려해야 할 제약으로 걸면 정치적 행위의 본질은 결국 편가르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논거에 의해 정치적 신념 역시 그저 나의 이익과 가치관에 부합해 보이는 쪽이 어디인지를 제한된 경험과 가변적인 감정에 따라 추측하여 한동안 믿는 것일 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살다 보면 사회 문제에 대한 강한 어조의 훈계를 종종 마주친다. 그들은 현시대의 이데올로기를 조건으로 하는 해석을 초월하는, 움직이지 않는 진리에 기반한 옳고 그름이 마치 존재하는 양 분연히 일갈한다. 제법 그럴싸한 명분을 가지고 충분한 깊이의 논리로, 빈번히 과학적 방법론의 권위까지 빌려 가며 설득력을 더하는 것이 때로는 아름다울 때도 있다.

다만, 현 사회의 문제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태생적 한계와 그 원인을 분리하기 어렵고 해결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를 고려해야 함에도, 이들은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이 제약을 서슴없이 비트는 오류를 범한다. 어떤 이들은 자의적 관점을 더한 채 왜곡의 부당함을 부르짖고, 다른 부류들은 일부를 고려에서 제외하며 자유를 얻은 뒤 그 프레임 안의 현상들을 공격하지만, 두 경우 모두 그저 다른 조건 하에서 딴 소리를 하는 것일 뿐이고 따라서 공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강한 확신에 차서 타인을 꾸짖는다. 이건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적 사유도, 과학적 접근도 아니다.

물론 세속적 인본주의와 민주주의만을 고려하는 방향이 '바른' 길이라 할 수는 없다. 탈진실을 주장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조건에 따라 고려해야 할 시각이 다를 뿐, 진실은 진실이다. 내 개인적인 바람과도 같이, 인류를 포함한 온 세상이 맞추어 돌아가야 할 바른 방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옳고 그름을 떠나 과학의 발전 등과 함께 필연적으로 다른 형태의 가치관이 득세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이 두 조건 상에서 정의되는 사회 안에서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조건으로 하는 답을 내놓아야 하고, 이 지점에서 나는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올바른 방향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

때문에 나는 정치적 행위를 그저 편가르기로 보고 있다. 개인으로서의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내가 속할 그룹을 선택하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대중을 인도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를 위한 선을 이루는 것은 시도해 볼 만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지금 당장의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이 될 수 없다.

어쨌든 내 불만과는 별개로, 이런 선지자적 발언은 늘 일정 정도의 설득력을 갖는다. 일상에서야 선에 대한 탐구의 관점에서 더 활발하게 토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정책적 의사결정을 하는 이들이 이러한 접근을 취하면 쉽게 불쾌해진다. 강한 설득력으로 자리에 오른 이들이 단순히 나이브한 것은 아닐 테고, 그들도 이 방식이 잘 먹히니까 사용하는 거겠지. 불만이 있다손 치더라도 마법처럼 그들을 바꿀 순 없는 노릇이고 나도 나와 내 주변에게 설득력을 발휘해서 힘닿는 데까지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 내 편을 늘려 나가는 거지. 나도 내 자리에서 정치하는 거다.

우리는 제한된 인지능력, 제한된 시간과 자원을 가진 개인에 불과한데 우스꽝스럽다 생각하는 이들의 집단행동에 비해 스스로의 소위 이성적 판단은 과도한 점수를 주곤 한다. 추측건대 짧은 사유와 강한 확신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이 존재한다는 개념이 간접적으로 형성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뒤 목소리 큰 꾼들에게 미혹당하는 거다. 어쩌면 이 이데올로기 안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길은 그저 자신이 인지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내린 판단이 제약조건 하에서 결함이 없도록 숙고한 뒤 자신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많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방식이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개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궁극적인 가치 하에 모인 것은 아니지만, 나는 세속적 인본주의와 민주주의 하에서 이렇게 생각하기에 이들과 같은 편에 섰다'나 '나와 같은 편에 속한 이들이 내 시각을 완벽하게 공유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선택이 내게 최선이다'와 같은 개념으로 말이다.


발바닥에 먼지가 밟힌다.
마지막으로 청소한 기억에 새해라는 단어가 붙어있는 걸 보니 한 달쯤 전인가 보다.
정신없이 1월이 갔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좋은 시간들은 급하게 끝이 난다.
이 지긋지긋한 명제는 내게 늘 심한 타격을 입히는지라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어서, 혹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가치관을 만듦으로써 막아보려고도 했지만, 최근의 외로움과 절망감을 고려하면 나의 일생의 노력은 여전히 실패 쪽에 가깝다. 사고방식에는 관성이 있으니 스스로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거나, 호가 불호를 동반해야만 하는 패러독스를 극복하지 못했거나 하는 해석이 더 끌리긴 하지만, 이 실패는 아마도 다른 방향의 클리셰일 거다. 애초에 옳고 그름이 없는 문제에 옳은 방향을 부여하려고 하고 혼자 무작정 가봤다 낙담하는 그 스토리 말이다.

어차피 사람이 일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삶의 태도는 몇 가지 되지 않을 테니, 한동안은 이 방식대로 살 테다. 다른 대안도 떠오르지 않고...
그냥 "좋은"이라는 방향성이 실재한다고 계속 믿으면서 이런저런 도덕관념을 가져볼란다. 될 대로 되라지. 그리고 어차피 그저 설득력 싸움일 거면 이 방식으로 가도 뭐...

아 그나저나 진짜 패배감 좀 그만 느끼고 싶다. 왜 또 이렇게 밖에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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