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던 솔로몬, 제프 그린버그, 톰 퍼진스키 / 이은경 옮김


- 저자들이 생각한 인간의 두 가지 기본 성향: 첫째, 인간은 자신의 자존감을 보호하고자 한다. 둘째,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 어니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 "악으로부터의 도피" 등을 접하고 "공포 관리 이론 Terror management theory, TMT"를 주장함. 베커와 함께 초반에는 심리학계에서 외면 받았지만 이후 주목을 받았다. 

- 죽음의 공포는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주된 원동력이다.  

- 뇌가 진화하면서 특히 중요한 인간의 지적 능력 두 가지가 생겨났다. 고도의 자기인식과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며 생각하는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자기 자신을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다. 

- 자기인식은 우리가 생존하고 번식하고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살아있는 동시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자신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 역시 안다. 

- 우리가 공유하는 문화적 세계관 cultural worldview, 즉 우리가 현실의 본질을 스스로에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믿음의 체계는 의미성,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틀, 이 세상에서 가치 있게 행동하기 위한 청사진, 그리고 불멸성이라는 약속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 공포 관리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바로 이 사실에서 도출 된다. 인간은 모두 기본적인 심리적 자원 두 가지, 즉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을 통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감당한다. 

- 자존감이란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본인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감정이다. ... 당신은 "나는 내가 하는 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충실하고 헌신적인 배우자이자 부모이며, 대부분의 경우 옳은 일을 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만족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존감은 어느 날 갑자기 쑥 튀어나오지 않는다. 자존감은 당신이 속환 문화의 사물 체계가 규정하는 역할과 가치를 반영한 모습을 띠기 마련이다. 

- 로버트 제이 리프턴이 제시하는 죽음을 초월하는 핵심적인 방법 다섯 가지: 1) 생물사회적 초월은 자신의 유전자, 역사, 가치, 소유물을 전하거나 무한히 이어지는 혈통 혹은 종족 및 민족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행동을 통해 미래 세대와 연결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 2) 신학적 초월은 영혼에 대한 믿음과 실제 불멸성을 수반한다. 3) 창조적 초월은 혁신과 예술, 과학, 기술 등으로 미래 세대에 기여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4) 자연적 초월은 모든 생명체, 자연, 심지어 우주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5) 경험적 초월은 경외감과 영원함이라는 감각을 수반한다는 특징이 있다. 명상, 다양한 문화 의식, 몰입하는 감각, 사색과 기쁨에 몰두하는 감각을 제공하는 활동을 비롯하여 특정한 약물도 이런 경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죽음과 타협하라.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은 무섭기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용기, 연민, 그리고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불어넣음으로써 삶을 숭고하게 만든다. 의미와 가치, 사회적 관계, 영성, 개인적 성취, 자연과 동일시, 순간적인 초월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잘 조합함으로써 영원히 지속될 의미를 찾으라. 이런 방도를 제공하는 문화적 세계관을 장려하고 불확실성 및 자기와 다른 신념을 품은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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셸던 솔로몬, 제프 그린버그, 톰 퍼진스키가 쓰고 이은경이 옮긴 슬픈 불멸주의자를 읽었다.

TMT하면 요즘에는 당연히 찬호형..을 떠올리지만 이들은 Terror managment theory (TMT) 라는 이름을 붙여 공포 관리 이론을 주장하였는데, 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인간 행동의 기저에 있는 주된 원동력으로 보는 이론으로서 저자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들 해석하고 설명한다. 저자들 스스로 밝히듯 이는 "죽음의 부정", "악으로부터의 도피" 등을 저술한 어니스트 베커의 주장을 계승하는 이론이다.

저자들은 공포 관리 이론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인간은 모두 기본적인 심리적 자원 두 가지, 즉 문화적 세계관과 자존감을 통해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감당한다."

결론은 "의미와 가치, 사회적 관계, 영성, 개인적 성취, 자연과 동일시, 순간적인 초월 경험 등을 조합하여 영원히 지속될 의미를 찾음으로써 죽음과 타협하라"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용기, 연민, 그리고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충고도 덧붙인다.

그래 알고 있다.
어니스트 베커의 이름과 죽음의 부정도 처음 듣는 건 아니고..
내 가치관이 죽음이 두려워서 생성된 것이라는 자평이야 할 수 없었고, 그게 이 책의 핵심이긴 하지만, 그 부분에서 느낀 감상을 차치하면 결론으로서의 사유의 방향은 이미 이들의 주장과 비슷했다.

내게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자문할 때면 결론은 늘 비슷한 방식이었다. 내 생각의 방식을 주변에 전함으로써 후대에 남기고, 삶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과 나눔으로써 후대에 남기고, 생물학적 유대를 느낄 수 있는 후손을 남기는 정도..

사실 내게는 꽤 흔한 레토릭인데, 때마침 계획하던 방향으로 잘 안 풀려서 부유하는 중에 읽게 되니 새삼스럽게 환기가 되는 기분이다. 사내 중고장터에서 쉽(고 싸)게 구입한 책에게 한 방 먹었다.

그래, 안다. 이미 나도 공들여 새로운 방향을 찾는 중이다. 좀 걸릴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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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 전병근 옮김



<제1부 기술적 도전>

1. 환멸 | 역사의 끝은 연기되었다. 

- 자유주의와 시장논리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직면한 기술적, 정치적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다. 


2. 일 |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땐 일이 없을지도 몰라.

- 기술의 발전은 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보편 기본 지원의 폭이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보편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는 어디까지인가?


3. 자유 | 빅데이터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 '민주주의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 정치 체제다. 다른 모든 체제를 제외하면.'

- 인간의 감정(마음)이 조작 가능 하다면, 여전히 민주주의가 최선인가? 권위는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다. ... 알고리즘은 장애도 많지만 더 나은 대안이 없다. 

- 돌이켜 보면 인류 역사상 법 집행의 한계야말로 입법자들의 편견과 실수와 남용에 대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견제 장치였다.  


4. 평등 | 데이터를 가진 자가 미래를 차지한다. 

- 21세기에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사회가 생겨날 수 있다. 세계화와 인터넷은 국가 간 격차를 메우지만 계급 간 균열은 키울 조짐을 보인다. ... 종 자체가 다양한 생물학적 계층으로 나뉠 수도 있다. 

- AI와 생명공학이 결합된 부익부 빈익빈 -> 반영구적 불평등 -> 대중이 쓸모 없어짐 -> 소수 엘리트의 선의에 인류의 미래가 좌우됨. 

- 데이터 소유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질문일 수 있다. 



<제2부 정치적 도전>

5. 공동체 | 인간에게는 몸이 있다. 

-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폭발적인 연결과 오프라인간의 간극은 어떻게 메워질 것인가?


6. 문명 | 세계에는 하나의 문명이 있을 뿐이다.

- 인간 집단은 다른 동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종이며, 인간의 역사적 갈등 또한 자연선택 과정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 (인간의 사회체계는) 유전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으며, 수백 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다. 

- 인간 집단이 겪는 과정을 보면 지속되는 것보다 변하는 것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스토리텔링 기술 덕분에 스스로 오랜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어떤 혁명적 변화를 겪더라도 옛것과 새것을 교직해서 한 가닥의 실을 자아낸다. ... 이슬람의 진정한 핵심이 무엇인지를 두고 벌어진 열띤 논쟁은 한마디로 무의미하다. 이슬람교에는 고정된 DNA가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는 무슬림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 오늘날에는 단일한 정치 패러다임이 어디에서나 받아들여진다. ... 동일한 외교 의례와 공통의 국제법에 의견을 같이한다.

- 정체성은 일치보다 갈등과 고민으로 규정된다. 2018년에 유럽인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피부색이 희거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거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민에 관해, 유럽연합에 관해, 자본주의의 한계에 관해 격렬히 다투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내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있고, 고령화와 만연한 소비주의,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것을 뜻한다. 

- 21세기에 인류가 직면할 큰 도전들은 본질적으로 전 지구 차원의 문제일 것이다. ... 이런 논쟁과 갈등이 우리를 서로 고립시킬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우리는 훨씬 더 상호 의존적이 될 것이다. 


7. 민족주의 | 지구 차원의 문제에는 지구 차원의 해답이 필요하다. 

- 상식과는 반대로, 민족주의는 인간 정신의 자연적이고 항구적인 요소가 아니며 인간 생물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도 않다. 

- 사람들이 민족이라는 공동체를 구축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유는 단일 부족 차원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 그런 이점들이 있음에도 부족들과 씨족들을 하나의 민족으로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 "나는 이 사람들을 아는가?"

- 그렇다고 해서 민족 단위의 유대감에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거대한 체계일수록 대중의 충성심 없이는 작동할 수 없고, 민족주의에는 인간의 공감 반경을 확장하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보다 온건한 형태의 애국심은 인간의 창조물 중에서도 가장 자애로운 것에 속한다. 

- 문제는 선의의 애국심이 국수주의적 초민족주의로 변질될 때 일어난다. 내 민족은 독특하다고 믿는 차원을 넘어, 내 민족은 다른 어떤 민족보다 우월하고, 내 모든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이며, 그 외에는 다른 누구에게도 내가 져야 할 중요한 의무는 없다고 느끼기 시작할 수 있다. 이것은 폭력적 갈등의 비옥한 토양이 된다. 

- 핵전쟁, 생태학적 붕괴, 기술적 파괴... 민족주의가 제시할 수 있는 답은 없다. 

- 이전 세기에 민족 정체성이 형성된 것은 인류가 지역 부족 범위를 훌쩍 넘어가는 문제와 기회에 직면했기 때문이었다. ... 21세기에 이르러 ... 개별 국가는 지금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전을 해결하기에 올바른 틀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지구적 정체성이 필요하다. ... 우리에게는 지금 전 지구 차원의 생태계와 경제와 과학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민족 단위의 정치에 고착돼 있다. 

- 그렇다고 '세계 정부'를 수립하자는 말은 아니다. ... 그보다는 한 나라나 심지어 도시 단위의 정치가 작동하는 과정에서도 전 지구 차원의 문제와 이익에 좀 더 무게가 실려야 한다는 뜻이다. ... 그렇다면 혹시 우리는 세계를 하나로 묶는 데 인류의 보편적, 종교적 전통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8. 종교 | 이제 신이 국가를 섬긴다.

- 전통 종교는 기술과 정책 문제와는 대체로 상관이 없다. 반면에 정체성 문제와는 상관이 아주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대개 해법이 되기보다 문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 과학의 승리는 너무나 완벽해서 종교에 대한 우리의 개념마저 변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종교를 농사나 의료와는 관련짓지 않는다. 경제 문제에서도 종교가 상관성을 잃게 된 것은 종교 학자들이 경전 해석에서 오랫동안 연마해온 전문 지식 때문이었다. 하메네이가 어떤 경제 정책을 택하든, 그는 언제나 쿠란에 맞게 해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쿠란은 진정한 지식의 원천이 아니라 다른 것을 뒷받침하는 권위의 원천 정도로 강등됐다. 

- 하지만 마르크스가 종교를 기술과 경제의 강력한 힘을 가리는 상부구조 정도로 일축한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인간의 힘은 대규모 협동에서 발휘되는데, 대규모 협동을 끌어내려면 그만큼 큰 정체성을 구축해야만 한다. 거대한 정체성이 기반으로 삼는 모든 것은 허구의 이야기지, 과학적 사실이나 경제적 필요가 아니다. 

- 모든 종교적 전통은 특정 사람들을 단결시키고 이웃을 구분한다. 밖에서 봤을 때, 사람들을 구분하는 종교적 전통들은 사소해 보인다. 프로이트는 사람드르이 그런 '작은 차이 나르시시즘' 강박을 비웃었다. 하지만 역사와 정치에서 작은 차이는 아주 멀리까지 갈 수 있다. 

- 일본은 고유 종교인 신도를 일본 정체성의 초석으로 고수했다. 사실 신도를 재발명했다. ... 그것은 마술처럼 통했다. 일본은 숨가쁘게 근대화했고, 동시에 국가에 대한 광신적인 충성을 이끌어냈다. ...부지불식간에 수많은 정부들이 오늘날 일본의 사례를 따른다. 이들은 근대화의 보편적 도구와 구조를 채택하는 동시에 독특한 국가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전통 종교에 의존한다. 

- 기술의 발달과는 별도로 종교적 정체성과 의례에 관한 논쟁이 신기술의 사용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 불행히도, 그런 점에서 전통 종교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의 치유책이 아니라 일부이다. ... 지금은 민족주의의 시녀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 인류는 지금 단일 문명을 이뤄 살고 있으며, 핵전쟁과 생태 붕괴, 기술적 파괴의 문제는 지구촌 차원에서만 해결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민족주의와 종교는 여전히 우리 인류의 문명을 다양한 진영들로 사분오열시키고 있다. 


9. 이민 | 더 나은 문화를 찾아서. 

- 이민 수용을 의무로 봐야할까, 아니면 호의로 이해해야 할까? ... 모두에게 문을 여는 것이 의무일까, 아니면 선별해서 받거나 심지어 이민을 전면 중지하는 것이 국가의 권리일까?

- 이민자들은 입국이 허용되면 그 나라 문화에 어느 정도까지 동화되어야 할까?

- 이민자들이 수용국에 동화되려고 진지하게 노력한다면, 이들이 완전한 사회 성원으로 인정받기까지는 정확히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 위와 같은 협의점들은 실제로 작동하는가? 양쪽은 각자 자신의 의무를 지키고 있는가? 

- 전통적인 인종주의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오늘날 세계는 '문화주의자들'로 가득하다. ... 흑인이 열등한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그들의 범죄율이 높다는 주장은 사회에서 퇴출된 반면, 흑인이 문제가 있는 하위문화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범죄율이 높다는 말은 흔하게 오간다. ... 이는 어떤 면에서는 좋지만, 어떤 점에서는 나쁘다. 

- 문화주의자들의 어떤 주장이 타당하지만, 세 가지 공통된 결함도 보인다. 첫째, 문화주의자들은 그 지역에서 우월하다는 것을 객관적 우월성과 혼동할 때가 많다. 둘째, 시기와 장소를 명확하게만 규정한다면 경험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너무 일반적인 주장을 하다 보니 구체적으로는 별 뜻이 없을 때가 허다하다. 최악의 문제점은, 통계를 기반으로 한 주장을 가지고 개인들을 예단할 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제3부 절망과 희망> 

10. 테러리즘 | 당황하지 말라.

- 테러리즘이란 말 그대로 물리적 피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퍼뜨리는 방법으로 정치 상황을 바꾸려 드는 군사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적에게 물리적으로는 큰 피해를 입힐 수 없는 아주 약한 일당이 주로 사용한다. 

- 하지만 국가는 가끔씩 이성을 잃고 너무 강력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대응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테러범들의 손에 놀아나게 된다. 국가는 왜 테러범의 도발에 그토록 민감할까? 국가가 그런 도발을 이겨내기 어려운 것은, 근대 국가가 생겨날 때 공공 영역에서는 정치 폭력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 위에 정당성을 두었기 때문이다. 

- 오늘날 일어나는 테러의 대부분은 가상의 공포를 낳는 데 반해, 미래의 핵 테러나 사이버 테러, 바이오 테러는 훨씬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가정한 시나리오들과 지금까지 목격해온 실제 테러 공격을 대단히 조심해서 구분해야 한다. 

- 우리가 모든 결과에 미리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핵 테러도 확실히 예방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인류의 의제에서 1순위가 될 수는 없다. 핵 테러의 위협을 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을 일반적인 테러에 과잉 대응하는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둘은 다른 문제이고 해법도 달라야 한다. 

- 많은 논평가와 일반인들은 혹시 제3차 세계대전이 아주 가까이 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한다. ... 이런 전쟁의 불안은 과장된 테러 공포보다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11. 전쟁 | 인간의 어리석음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 

- 21세기에는 주요 강대국들이 성공적인 전쟁을 수행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뭘까? 한 가지 이유는 경제의 성격이 변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경제 자산이 주로 물질이었다. ... 21세기 경제 자산은 ... 기술적, 제도적 지식으로 이뤄져 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21세기 전쟁이 아무리 실속 없는 사업이라 해도 그런 사실이 평화를 절대적으로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개인 차원에서나 집단 차원에서나 인간은 자멸을 부르는 행동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 그렇다면 우리는 세계대전을 얼마나 두려워해야 할까? 두 극단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우선, 전쟁은 결고 불가피하지 않다. ... 다른 한편, 전쟁이 불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것도 순진한 일이다.


12. 겸손 | 당신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다. 

-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며 자신들의 문화가 인류 역사의 주축이라 믿는 경향이 있다. 

- 모든 형태의 겸손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도 신 앞에서의 겸손일 것이다. 사람들은 신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언제나 자신을 극도로 낮춘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신의 이름을 활용해 신도들 위에 군림한다. 


13. 신 | 신의 이름을 헛되이 일컫지 말라.

- 신은 존재하는가? 답은 머릿속에 어떤 신을 떠올리느냐에 달렸다. 우주의 신비? 아니면 세상의 입법자? 사람들은 신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끔 경이로운 거대 수수께끼를 두고 이야기한다. 그것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전혀 없다. 우리가 이 불가사의한 신을 불러오는 것은 가장 심오한 우주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려 들 때다.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 존재하는가? 근본적인 물리 법칙은 어떻게 생겨났나? 의식이란 무엇이며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의 이러한 무지에 우리는 신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부여한다. 

-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결국은 의미론의 문제다. ... 신에 대한 믿음이 다양한 사회 질서에 필수적이었으며, 때때로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 하지만 신이 우리에게 어진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해도, 종교적 믿음이 도덕적 행동의 필수 조건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초자연적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도덕상에 관한 한 비자연적인 무언가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을까? 어떤 종류의 도덕이든 자연적이다. 

- 도덕의 의미는 '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다. ... 어떤 행동이 어떻게 해서 자신이나 남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낳는지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따라서 자신의 행복도 남들과의 관계에 아주 많이 의존한다. 


14. 세속주의 | 당신의 그늘을 인정하라. 

- 세속적이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세속주의는 가끔 종교의 부정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 스스로 세속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세속주의란 이런저런 종교에 반대하는 입장이라기보다 나름의 일관된 가치 기준으로 규정되는, 대단히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세계관이다. ... 그들은 인간의 도덕과 지혜가 어느 특정 장소와 시간에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과 지혜는 모든 인간의 자연적인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다라서 최소한 몇몇 가치들은 세계 도처의 인간 사회에서 저절로 생겨났으며, 이것이 무슬림이나 기독교인이나 힌두교도나 무신론자에게나 공통적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된 것이었다. 

- 세속주의의 이상이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가치는 진실이다. ... 진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한 어디에서 나온 것이든 신성하게 여긴다. 

- 또 다른 가치는 연민이다. ... 세속주의 도덕률은 이런저런 신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깊이 헤아리는 데서 나온다. ... 관련된 당사자들의 느낌을 신중히 저울질하고 폭넓게 관찰하고 가능성들을 검토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타협책을 찾는다. 

- 세속주의의 쌍둥이 가치인 진실과 연민에 헌신하는 태도는 또한 평등을 향한 헌신으로 귀결된다. ... 근본적으로는 모든 선험적인 위계를 의심한다. 

- 우리는 생각하고 조사하고 실험할 자유 없이는 진리는 물론이고 고통에서 벗어날 길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세속주의자는 자유를 중시하며, 어떤 텍스트나 제도, 지도자에게 최고 권위를 부여해서 옳고 그름의 최종 심판으로 삼는 일을 삼간다. 

- 편견과 억압적인 체제에 맞서 싸우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 세속적인 교육은 우리에게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고 새로운 증거를 찾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심지어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우리의 의견을 의심하고 다시 검증하기를 겁내지 말아야 한다. 

- 세속주의자는 책임을 소중하게 여긴다. ... 우리가 행하는, 그리고 하지 않는 모든 것에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 이들 가치 중에 세속주의에만 국한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다만 세속주의 규범이 종교적 교리와 충돌할 때는 후자가 양보한다는 전제하에서만 그렇다. 

- 세속주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신을 믿지 말라거나 종교 예식에 참여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금지의 교의 주입이 아니다. 오히려 세속주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진실과 믿음을 분별하고, 고통을 느낄 줄 아는 모든 존재를 위한 동정심을 계발하며,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의 지혜와 경험을 이해하고,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하며, 자신의 행동과 세계 정체에 책임을 지도록 가르친다. 

- 따라서 세속주의를 두고 윤리적 헌신이나 사회적 책임감이 결여돼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사실 세속주의의 주된 문제는 그것과 정반대다. 윤리적 기준을 너무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아무 구속력은 없는 진실과 연민의 추구에만 의존해서는 운영될 수 없다. ... 의심스러운 추 cm을 내세워서는 병사들을 전쟁터로 내보내거나 급진적인 경제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속적인 운동은 번번이 독단적인 신조로 탈바꿈한다. 

- 모든 도그마가 똑같이 해로운 것은 아니다. 어떤 종교적 믿음은 인류를 이롭게 했듯이 마찬가지로 세속주의 도그마들 중에서도 어떤 것들은 이로웠다. 특히 인권의 신조가 그렇다. ... 역사상 이보다 더 인류의 행복과 복지에 기여한 신조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역시 도그마일 뿐이다. 

- 하지만 모든 사피엔스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의견의 자유권'이 주어졌으며, 따라서 어떠한 검열도 자연법에 반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 우리는 인류에 관한 진실을 놓치게 된다. 자신을 '양도할 수 없는 자연권을 지닌 개인'으로 규정하는 한,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자신이 속한 사회와 자신의 정신을 규정하는 역사적 힘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이러한 무지는 ... 21세기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생명권을 신봉한다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생명기술을 이용해야 할까? 자유권을 신봉한다면, 숨은 욕망을 찾아 읽어내고 충족시키기 위해 알고리즘에 힘을 부여해야 할까? 모든 인간이 동등한 인간적 권리를 누린다면 초인간은 초인권을 누려도 될까? '인권'이라는 도그마의 믿음을 고수하는 한, 세속주의를 따르는 사람들로서는 그런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 신조에는 그늘이 있다. 어떤 신조를 따르든지 불가피한 그늘을 인정하고, "우리에게는 일어날 리 없다"라는 안일한 확신을 피해야 한다. 세속주의 과학은 전통 종교 대다수와 비교하면 한 가지 큰 이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의 그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4부 진실>

15. 무지 |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무지하다.

- 앞에서 금세기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과 사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이것들만 해도 너무 과해서 도무지 대처할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다면, 당신 생각이 옳다. 

- 자유주의 사상의 합리적 개인을 과신하는 것은 실수다. ... 개인성 또한 신화이다. 

- 세계는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는 반면, 사람들은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에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 하지만 그럴 경우 도덕과 정의의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면 어떻게 우리가 옳고 그름과, 정의와 불의의 차이를 분별하긴 기대할 수 있을까? 


16. 정의 | 우리의 정의감은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른다.

- 겉으로 봐서는 예전의 문제와 지금의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문제는 규모다. 

- '의도의 도덕성'이라는 개념으로 문제를 피해 가려고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 세계에서 최고의 도덕적 정언명령에 따르면 아는 것도 의무가 된다. 

- 지금 세계에서 불의의 대부분은 개인의 선입견보다는 대규모의 구조적 편향에서 나온다. 

- 설사 세계가 당면한 주요 도덕적 문제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싶어도 우리 대부분은 그럴 능력이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흔히 다음 네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사용한다. 첫 번째는 이슈를 축소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음모 이론을 짜는 것이다. 네 번째이자 최후의 방법은 도그마를 만들고, 모든 것을 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나 제도, 우두머리를 믿고 어디든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다. 

-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17. 탈진실 | 어떤 가짜 뉴스는 영원히 남는다.

- 사실 인간은 늘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왔다. 호모 사피엔스야말로 탈진실의 종이다. 호모 사피엔스 특유의 힘은 허구를 만들고 믿는 데서 나온다. 석기시대 이래 줄곧 자기 강화형 신화는 인간 집단을 하나로 묶는 데 기여해왔다. 

- 적어도 어떤 경우에는 허구나 신화보다 공동의 합의를 통해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반론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 실제로는 '어떤 것이 인간의 협약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어떤 것이 본질적으로 가치 있다고 믿는 것' 사이에 선을 긋기란 불가능하다.  

- 가짜 뉴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허구와 실체를 구분하기 위해 훨씬 더 열심히 분투해야만 한다. 완벽을 기대할 수는 없다. 

- 개략적인 요령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믿을 만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그에 합당한 만큼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두 번째 요령은, 만약 어떤 이슈가 특별히 중요해 보인다면 그것에 관련된 과학 문헌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18. 공상과학 소설 | 미래는 영화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 인간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협력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고, 협력을 그토록 잘할 수 있는 비결은 허구를 믿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시인과 화가, 극작가는 최소한 군인과 기술자 만큼이나 중요하다. 

- 아마도 21세기 초에 가장 중요한 예술 장르라고 하면 공상과학 소설일 것이다. 

- 오늘날 과학 기술 혁명의 결과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진정한 개인과 진짜 현실이 알고리즘과 티브이 카메라에 의해 조종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자체가 신화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최선의 과학적 이론과 최신의 기술 장비에 따르면 정신은 어떤 경우에도 조작에서 자유롭지 않다. 

- 자아를 규정하는 협소한 틀을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21세기에 필요한 생존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제5부 회복탄력성>

19. 교육 | 변화만이 유일한 상수다.

- 지금 우리는 시간이 없다. 다음 수십년 사이에 우리가 내릴 결정들이 생명 자체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또한 우리는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관을 기초로 해서만 그 결정들을 내릴 수 있다. 

- 비록 지금으로서는 세부 내용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변한다는 것만큼은 유일하게 확실한 미래의 진실이다. 

- 앞으로 세상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계속 쇄신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50세 정도의 젊은 나이라면 확실히 그래야만 한다. 

- 심대한 불확실성이 일시적 결함이 아니라 항구적인 특성인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세계에서도 살아남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강한 정신적 탄력성과 풍부한 감정적 균형감이 필요할 것이다. 반복해서 지금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중에서도 어떤 것은 버리고, 그전에는 자신이 몰랐던 것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20. 의미 |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다.

- 만약 내가 어떤 식으로든 생명의 원 이야기를 믿는다면, 그것은 내게 고정된 진정한 정체성이 있어서 그것이 내 삶 속에서 의무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 나의 참다운 정체성을 규정하고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이야기의 모든 사례들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이야기의 규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모든 이야기는 불완전하다. 하지만 실현 가능한 나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꼭 맹점이나 내적모순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완전무결한 이야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야기는 두 가지 조건만 충족시키면 된다. 첫째, 내가 맡을 어떤 역할을 부여해야만 한다. 둘째, 좋은 이야기는 무한정 확장될 필요는 없지만 지금 나의 지평은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 좋은 이야기는 나에게 역할을 주면서 나의 지평 너머로 뻗어가야 하지만 반드시 진실일 필요는 없다. 그러면 왜 사람들은 이런 허구를 믿을까? 한 가지 이유는, 개인의 정체성은 이야기 위에 구축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우리의 개인 정체성뿐만 아니라 집단의 제도 역시 이야기 위에 서 있다. 

- 인간이 이야기르르 믿고 싶어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실제로 믿는지는 불분명하다. 이미 수천 년 전에 사제들과 무당들은 답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의식이다. 의식은 추상적인 것을 구체화하고 허구적인 것을 실제로 만드는 마술적인 행동이다. 

- 오늘날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우리는 의미를 찾고 싶어 하면서도 우주에 관해 이미 다 만들어진 어떤 이야기에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하지만 세계에 관한 자유주의의 해석에 따르면 진실은 정확히 그 반대다. 우주가 내게 의미를 주는 게 아니다. 내가 우주에 의미를 준다. 

- 궁극에는 우리의 욕망, 심지어 이런 욕망에 대한 반응까지 우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의견이나 느낌, 욕망에 덜 집착할 수 있다. 우리는 자유 의지가 없다. 하지만 우리 의지의 폭정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내디뎌야 할 결정적인 걸음은, '자아'야 말로 우리 정신의 복잡한 매커니즘이 끊임없이 지어내고 업데이트하고 재작성하는 허구적 이야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그러므로 진정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싶다면 페이스북 계정이나 자기 내면에서 하는 이야기와 자신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몸과 마음의 실제 흐름을 관찰해야 한다. 

- 당신은 바람이 아닌 것처럼, 당신이 체험하는 생각과 감정과 욕망의 혼합체도 아니다. 또한 그것을 지나오고 난 눈으로 보고 들려주는 세탁된 이야기도 분명히 아니다. 당신은 그 모든 것을 체험했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는 없다. 가질 수도 없다. 그 체험들의 합도 아니다. 

- "나는 누구인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야 할 첫 번째 사실은 당신이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

- 부처는 우주의 세 가지 기본 현실을 설파했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며, 지속적인 본질이란 없으며, 만족스러운 것도 없다. 

- 이런 큰 이야기들 모두가 우리 자신의 정신이 만들어낸 허구라 해도 실체는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질문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느냐"이다. ... 우주와 삶의 의미,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진실을 알고 싶은가. 가장 좋은 출발점은 먼저 고통을 관찰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이다. 답은 결코 이야기가 아니다. 


21. 명상 | 오직 관찰하라. 

- 사람들은 말한다. "영혼은 출생에서 죽음까지 지속되며, 삶을 한 데 묶는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 과학은 정신의 신비를 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된 이유는 효율적인 도구가 없기 때문이다. ... 정신을 연구하는 것은 적어도 현재 뇌를 연구하는 것과 다른 작업이다. 물론 현재 뇌 연구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실행 방법을 포기하라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명상이 그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완할 수는 있을 것이다. 

- 자기 관찰은 결코 쉬운 적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힘들어 질 수 있다. ...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관찰하려 할 때 일반적으로 발견한 것은, 그와 같이 만들어진 이야기였다. 

- 기술이 개선되면서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첫째, 돌칼이 점차 핵미사일로 진화함에 따라 사회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더욱 위험해졌다. 둘째, 동굴 벽화가 점차 티브이 방송으로 진화함에 따라 사람들을 속이기는 더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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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를 하고 일찍 퇴근했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명상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격변을 앞두고 기존 세상을 지배해 온 스토리들인 종교, 자유주의, 세속주의, 인권 등의 한계를 적시하며 탈진실의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점까지 논지를 전개한 뒤, 대안이 될 스토리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둔다. 손에 들려주는 건 외부의 스토리로 자신을 서술하지 말고 그저 관찰해 보라는 클리셰 정도이다. 나는 꽤 fair 하다고 생각한다. 몇 천 년의 결과로 득세해 온 거대 스토리들을 낱낱이 해체한 뒤 대체 어떤 스토리를 제안할 수 있겠는가. 이제 독자인 내 몫이다. 기존 가치관의 기반이 되어온 인본주의나 세속주의 등을 일거에 대체할 안을 떠올리진 못할 테지만, 어떻게 변주해야 할지 고민이다. 답이 없다는 trivial solution 말고 높은 설득력을 가지는 pseudo-solution을 그려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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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 김명주 옮김


-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 불멸과 신성에 대한 꿈 앞에서 사람들이 당황하는 이유는 그것이 낯설고 불가능한 일처럼 들려서가 아니라,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일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생명, 행복, 힘을 신성시하고 얻으려는 시도는 인본주의(인류에 대한 숭배)가 품어온 오랜 이상의 논리적 결론일 뿐이다. 하지만 인본주의는 떠오를 때부터 몰락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는 인본주의의 논리적 결론인 동시에 인본주의에 내재된 결함을 드러낸다. 

- 21세기의 인간은 불멸에 진지하게 도전할 것이다. 노화와 죽음과의 싸움은 인간이 그동안 해온 기아와 질병과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고, 이 시대의 문화가 지고의 가치로 여기는 인간 생명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다. 그런데 죽음은 이 권리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므로 인류에 대한 범죄이고, 따라서 우리는 죽음과 전면전을 치러야 마땅하다. 

- 역사를 통틀어 종교와 이념은 생명 그 자체를 신성시하지는 않았다. 종교와 이념은 언제나 세속적인 존재 위의 어떤 것, 또는 그런 존재를 초월한 뭔가를 신성시했고, 따라서 죽음에 꽤 관대했다. 현대의 과학과 문화는 삶과 죽음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한다. 이 둘은 죽음을 형이상학적 신비로 간주하지 않으며, 당연히 죽음에서 인생의 의미가 나온다고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현대인에게 죽음은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만 하는 기술적 문제이다. 과학자, 의사, 학자들 대부분은 불멸에 대한 노골적인 꿈과 거리를 둔 채, 자신들은 그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 인류는 21세기의 두 번째 목표로 행복을 추구할 것이다. 심리적 수준에서 보면, 행복은 객관적 조건보다 기대치에 달려 있다. 생물학적인 수준에서 보면 기대와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상황이 아니라 우리의 생화학적 조건이다. 현재 인류는 생화학적 해법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 인간이 행복과 불멸을 추구한다는 것은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신이 되겠다는 것이다. 인간이 노화와 비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생물학적 기질을 신처럼 제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그리고 비유기체 합성이다. 

-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쉬웠던 적은 없지만, 생명공학 혁명은 그 일을 더 어렵게 만든다. 수천 년 역사에서 딱 하나의 상수는 인류 그 자체였다. 그러나 우리가 신기술로 인간의 마음을 재설계할 수 있을 때 호모 사피엔스는 사라질 것이다. 가치 있는 예측은 인간의 마음을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만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우리와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생명공학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현명한 대답이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종류의 마음을 지닌 존재가 생명공학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는 쓸 만한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 우리가 거대한 미지의 세계로 빠르게 돌진하고 있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죽음 뒤에 숨을 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사람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은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밟아 그 속도를 늦춰줄 거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브레이크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또한, 만일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밟는다면, 경제가 무너지고 그와 함께 사회도 무너질 것이다. 

- 역사 지식의 역설: 행동을 바꾸지 못하는 지식은 무용지물이다. 이 책 곳곳에 등장하는 예측들은 모두 현재의 딜레마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시도이며, 미래를 바꿔보자는 제안일 뿐이다. 

- 인본주의는 세계를 정복했지만, 떠오를 때부터 몰락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 역사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위대한 상수는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 솔직히 마음과 의식에 관해 과학이 아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오늘날 정설은 뇌의 전기화학적 반응에 의해 의식이 생기고, 마음의 경험들은 어떤 필수적인 데이터 처리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뇌에서 일어나는 일군의 생화학적 반응과 전류가 어떻게 고통이나 분노, 또는 주관적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어떤 실체가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할 때 우리가 주로 찾는 특징은 수학적 소질도, 좋은 기억력도 아니다. 그 실체가 우리와 정서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 우리가 '상상의 질서'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두 가지 유형의 실재만 존재한다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객관적 실재와 주관적 실재 말이다. 객관적 실재에서는 모든 것이 우리의 믿음이나 느낌과 관계없이 존재한다. 반면 주관적 실재는 내 개인적 믿음과 느낌에 의존한다. 그러나 실재에는 제 3의 층위가 존재한다. 그것은 상호주관적 실재이다. 

- 사피엔스는 삼중현실을 살아간다. 객관적 실재, 주관적 경험 이외에 이야기들을 포함한다. 

- 근대 과학은 이전의 신화와 달리 확실히 객관적인 사실을 밝혀내어 게임의 룰을 바꾸었지만, 그렇다고 신화를 사실로 대체한 것은 아니다. 신화는 계속 인류를 지배하고 있고, 과학은 그런 신화를 더 강화할 뿐이다. 과학은 상호주관적 실재를 파괴하기는커녕, 상호주관적 실재가 객관적 실재와 주관적 실재를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하게 통제하게 할 것이다. 컴퓨터와 생명공학 덕분에 허구와 실제의 차이가 모호해질 것이고,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허구에 맞게 실제를 바꿀 것이다. 

- 샘 해리스 같은 몇몇 철학자들은, 인간의 가치 안에는 언제나 사실적 진술이 감춰져 있으므로 과학이 윤리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리스는 모든 인간이 단 하나의 지고의 가치(고통 최소화+행복 극대화)를 공유하고, 그러므로 모든 윤리적 논쟁은 행복을 최대화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에 관한 사실적 논증들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해리스가 옳다고 해도 현실에서 이런 통찰을 이용해 윤리적 논쟁을 해결하기는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는 행복에 대한 과학적 정의나 척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령 과학이 윤리적 논쟁에 기여하는 몫이 생각보다 크다고 해도, 적어도 아직까지는 넘을 수 없는 선이 존재한다. 어떤 종교의 인도하는 손 없이 대규모 사회질서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종교는 과학 연구에 윤리적 정당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과학 의제와 과학 발견의 용도에 영향을 미칠 기회를 얻는다. 

- 근대사를 과학과 특정 종교, 즉 인본주의 사의의 계약 과정으로 보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한 관점일 것이다. 근대 이후의 사회는 인본주의 교의를 믿고, 그 교의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교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과학을 이용한다. 

- 근대성은 일종의 놀랍도록 간단한 계약이다. 인간은 힘을 가지는 대가로 의미를 포기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견지에서 보면, 근대 이후의 삶은 의미가 사라져버린 우주 안에서 끊임없이 힘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 성장에 대한 집착은 자명한 일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현대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종교라 불러도 틀리지 않은 것은, 우리가 당면한 윤리적 딜레마의 많은 부분을 경제성장이 해결해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의 손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볼 수도 없어서 혼자서는 절대 인간사회를 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판매대상이라면, 신뢰는 증발하고 신용은 사라지고 사업은 망할 것이다. 근대사회를 붕괴에서 구한 것은 수요공급의 법칙이 아니라, 새롭게 떠오른 혁명적인 종교인 인본주의였다. 

- 인본주의 윤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논의는 인간의 감정이 충돌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인본주의는 어떤 일이 누군가에게 나쁜 감정을 일으킬 경우에만 나쁘다고 가르쳐왔다. 살인이 나쁜 것은 신이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이 어느 누구의 기분도 상하게 하지 않는다면 그 행동은 문제될 것이 없다. 인본주의자들은 인간의 감정이 예술 창조와 미적 가치의 유일한 원천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인본주의적 접근방식은 경제 분야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이 그 회사의 제품을 좋아한다면, 그 회사가 '선의의 힘'임을 암시한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그 회사의 제품을 자유의지로 선택한다면, 당신이 뭔데 그들에게 틀렸다고 말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인본주의 사상이 부상하면서 교육제도도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현대의 인본주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 인본주의는 과학혁명이 제안한 '지식 = 경험적 데이터 X 수학'의 공식을 '지식 = 경험 X 감수성'으로 바꾸었다. '경험'이란 무엇일까? 경험은 감각, 감정, 생각으로 이루어진 주관적 현상이다. 그렇다면 '감수성'은 무엇일까? 첫째는 감각, 감정, 생각에 주목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감각, 감정, 생각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인본주의는 그리스도교, 불교와 같은 모든 성공한 종교와 같은 길을 걸었다. 인본주의 역시 확산되고 진화하면서 서로 충돌하는 여러 분파로 쪼개졌다. 인본주의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우선 정통파는 인간은 저마다 독자적인 내적 목소리와 재생 불가능한 일련의 경험을 소유하는 유일무이한 개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모든 개인에게 세계를 경험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고, 본인의 진면목을 표현할 최대한의 자유를 누리게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자유 인본주의' 또는 간단히 '자유주의'라고 부른다. 19세기와 20세기에 이르러 서로 매우 다른 두 분파가 생겨났다. 사회주의적 인본주의와 진화론적 인본주의이다. 이 둘은 자유주의가 인간의 경험을 이해하는 방식에는 결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모든 권위와 의미가 개인의 경험에서 나온다면, 각기 다른 경험들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자유주의는 많은 경우 오래된 집단 정체성 및 동족의식과 융합해 근대 민족주의를 형성했다. 공동 경험의 가치와 개인 경험의 가치를 어떻게 비교할까?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는 매우 다른 경로를 밟았다. 사회주의는 나와 내 감정에 집착하는 것을 멈추고 타인들이 어떻게 느끼고 내 행동이 그들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둘 것을 요구한다. 진화론적 인본주의는 갈등은 한탄할 일이 아니라 박수 칠 일이라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이들보다 우월하고, 다라서 인간의 경험들이 서로 충돌할 때는 최적자가 다른 모든 이를 누른다. 나치가 대표적인 진화론적 인본주의의 신봉자이다. 그러나 아우슈비츠는 인류의 지평을 모조리 가리는 검은 커튼이 아니라, 피로 물든 붉은 경고등이 되어야 한다. 진화론적 인본주의는 근대 문화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21세기의 형성에는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 자유주의자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과오를 범할까봐 문화 비교라는 지뢰밭을 조심스레 우회하고, 사회주의자들은 이 지뢰밭을 통과하는 옳은 길을 찾는 문제를 당에 떠넘기는 반면, 진화론적 인본주의자들은 그 안으로 신나게 뛰어들어 모든 지뢰를 터뜨리고 대혼란을 즐긴다.

- 현재 개인주의, 인권, 민주주의, 자유시장이라는 자유주의 패키지를 대신할 이렇다 할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21세기 초, 진보의 열차가 다시 정거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좌석을 얻기 위해 당신은 21세기의 기술을 이해해야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생명공학과 컴퓨터 알고리즘의 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만일 고객과 유권자가 실은 자유의지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깨닫는 순간,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감정을 계산하고 설계하고 훤히 꿰뚫는 기술을 가지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일 우주 전체가 인간 경험에 묶여 있는데, 인간 경험이 설계 가능한 제품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21세기 과학이 자유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과학은 가치의 문제를 다루지 않으므로, 자유주의자들이 평등보다 자유에 더 가치를 두고 집단보다 개인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이 옳은지 판단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모든 종교처럼 자유주의도 추상적인 윤리적 판단만이 아니라 사실적 진술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런 사실적 진술들은 엄밀한 과학적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은 윤리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에 대한 사실적 진술이다. 사실적 진술이었다. 이 사실적 기술은 생명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들과는 잘 맞지 않는다. 지난 세기 과학자들은 사피엔스의 블랙박스를 열어 그 안에 영혼, 자유의지, '자아'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뇌의 전기화학적 과정들은 결정론적이거나 무작위적이거나 둘 다이다. 하지만 자유의지를 다르지는 않는다. 예컨대 뉴런 하나가 발화해 전하를 내보낼 때, 그것은 외부자극에 대한 결정론적 반응이거나 아니면 방사성 원자의 자발적 붕괴 같은 무작위적 사건의 결과일 것이다. '자유'라는 신성한 단어는 알고 보니 '영혼'과 마찬가지로 의미를 밝히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알맹이 없는 용어였다. 자유의지는 앞으로 우리 인간이 지어낸 상상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자유를 관 속에 넣고 못을 박은 것은 진화론이다. 진화론에 따르면 동물들이 하는 모든 선택은 그들의 유전암호를 반영한다. 나는 내 욕망을 선택하지 않는다. 단지 그 욕망을 느끼고 그것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 '경험하는 자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끄집어내고 이야기를 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모두 우리 안에 있는 매우 다른 실체인 '이야기하는 자아'의 독단이다. 이 둘은 별개의 실체가 아니라 긴밀하게 얽혀 있다. 이야기하는 자아는 경험을 이야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재료로 이용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다시 경험하는 자아가 실제로 느끼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 이야기하는 자아 역시 국가, 신, 돈과 마찬가지로 상상 속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우리들 각자는 저마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정교한 장치를 갖고 있는데, 그 장치는 경험의 대부분을 버리고, 고르고 고른 몇 가지 표본만 간직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본 영화, 우리가 읽은 소설, 우리가 들은 연설, 우리가 음미한 몽상의 파편들과 뒤섞는다. 그런 다음 그 뒤범벅 속에서 내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일관되어 보이는 이야기를 짜낸다. 이 이야기는 무엇을 사랑하고 누구를 증오하고 무엇을 할지 알려준다. 심지어 이 이야기는 줄거리에 필요하다면 내 목숨까지 희생시킨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이야기일 뿐이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자아가 부여한 질서일 뿐이다. 

- 세 번째 천년의 초입에 자유주의가 직면한 위협은 '자유의지를 지닌 개인 따위는 없다'는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기술들이다. 머지않아 우리는 개인의 자유의지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 엄청나게 유용한 장치들, 도구들, 구조들의 홍수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주의, 자유시장, 인권이 과연 이 홍수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21세기에 전개될 세 가지 실질적 상황이 자유주의자들의 믿음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다. 1) 인간은 경제적, 군사적 쓸모를 잃을 것이고, 따라서 경제적, 정치적 시스템은 그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2) 시스템은 인간에게서 집단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발견할 테지만, 개인으로서의 가치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3) 시스템은 일부 특별한 개인들에게서 가치를 발견할 테지만, 그런 개인들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초인간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엘리트 집단일 것이다. 

- 자유주의가 지배적 이념이 된 것은 그 철학적 논증이 한치의 오류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성공한 것은 모든 인간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타당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언제까지나 비의식적 알고리즘의 능력을 뛰어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질 거라는 생각은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사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대체하기가 점점 더 쉬워지는데, 알고리즘이 더 영리해지고 있기도 하지만, 인간이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뭘 할 수 있을까? 쓸모없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가상현실에서 보낼 것이고, 몰입하고 만족하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은 인간의 생명과 경험이 신성하다고 믿는 자유주의적 신념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다. 

- 21세기의 신기술들은 인간에게서 권한을 박탈하고 비인간 알고리즘들의 권한을 강화할 것이다. 이미 수백만 명이 이미 이런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중 다수가 사생활과 개별성을 포기하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온라인에서 생활을 영위하고, 네트워크 연결이 몇 분이라도 끊기면 히스테리를 부린다. 인간이 집단으로서의 가치는 유지하더라도 개인은 권위를 잃고 외부 알고리즘의 관리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 자유주의가 직면한 세 번째 위협은, 일부 사람들은 업그레이드되어 필수불가결한 동시에 해독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소규모 특권집단을 이룰 거라는 점이다. 

- 종교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흥미로운 곳은 실리콘밸리이다. 신흥 기술종교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기술 인본주의와 데이터 종교이다. 

- 기술 인본주의는 인간을 여전히 창조의 정점으로 보고, 전통적인 인본주의의 여러 가치들을 고수한다. 우리가 아는 형태의 호모 사피엔스는 역사의 행로를 완주했으며 미래에는 할 일이 없다는 데 동의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이요해 호모 데우스를 창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사실 기술 인본주의는 결국 인간을 다운그레이드할 것이다. 두 번째 인지혁명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전달하고 처리할 수 있지만 집중하고 꿈꾸고 의심하지 못하는 인간 톱니를 생산할 것이다. 수백만년 동안 성능이 향상된 침팬치로 살았던 우리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또한, 기술 인본주의는 해결이 불가능한 딜레마에 봉착한다. 인본주의는 인간의 의지를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므로, 의지를 제어하고 재설계할 수 있는 기술을 어서 개발하라고 우리를 독촉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통제력을 갖게 되면 기술 인본주의는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알지 못할 것이다.

- 따라서 더 과감한 기술 종교인 데이터교는 인본주의의 탯줄을 아예 끊으려 한다. 데이터교는 우주가 데이터의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현상이나 실제의 가치는 데이터 처리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비주류 개념 같다는 인상을 받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개념은 이미 과학계의 대부분을 정복했다. 데이터교는 두 모태 학문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데, 바로 컴퓨터 과학과 생물학이다. 둘 중 생물학이 더 중요하다.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기린, 토마토, 인간이 단지 데이터를 처리하는 각기 다른 방법에 불과하다는 개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현시점의 과학적 정설이며 우리 세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데이터교에 따르면, 인간의 경험은 신성하지 않고 호모 사피엔스는 창조의 정점도 호모 데우스의 전구체도 아니다. 인간은 그저 만물인터넷을 창조하는 도구이며, 만물인터넷은 결국 우주 전체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우리가 경험을 분주하게 데이터로 전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추세의 문제가 아니고 생존의 문제이다. 우리는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자기 자신과 시스템에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가치는 경험을 하는 데 있지 않고, 경험들을 자유롭게 흐르는 데이터로 전환하는 데 있다. 

- 데이터교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란 종은 단일한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고, 개인은 시스템을 이루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사 전체를 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1) 프로세서의 수를 늘린다. (도시 > 시골) 2) 프로세서의 다양성을 늘린다. (다양한 직군) 3) 프로세서들 간의 연결을 늘린다. 4) 현존하는 연결을 따라 이동할 자유를 늘린다. 

- 데이터교는 자유주의적이지도, 인본주의적이지도 않지만, 적어도 반인본주의적이지는 않다. 데이터교는 인간의 경험 자체에 반감을 갖지 않는다. 다만, 경험 자체에 가치가 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다. 경험은 더 우월한 알고리즘에 의해 처리되는 데이터일 뿐이다. 그런데 이 우월한 알고리즘은 어디서 올까? 그것이 데이터교의 미스테리이다. 생명과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학자들은 우리가 생명을 데이터 처리와 의사결정 과정으로 이해할 때 놓치는 것이 없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주에는 데이터로 환원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 실제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기술이 결정론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이 현시점에 우리가 처한 조건화의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그 얽매임에서 벗어나 다르게 행동하고, 미래에 대해 훨씬 더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의 목표는 단 하나의 결정적인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대신, 지평을 넓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 우리가 생명이라는 실로 장대한 관점으로 본다면, 상호 관련된 다음의 세 과정 앞에서 다른 모든 문제와 상황들은 작게 보일 것이다. 1) 과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교의로 수렴하고 있고, 이 교의에 따르면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이다. 2)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다.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들이 곧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 그리고 이 세 과정은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제기한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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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는 사피엔스에서 내가 저자와 충돌했던 지점인 "보편타당한 가치"에 대해 한층 적극적으로 논하는 책이었다. 


어릴 적 사랑으로 키워주신 할머니와의 관계 덕분에, 또한 타고난 것 같은 추상에 대한 감수성 덕분에 난 한동안 기독교를 모태신앙으로 여겨왔다. 더욱이 미성년자 땐 아버지의 적극적인 반대로 교회에 나가지 못하는 일종의 죄책감까지 안고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신앙에 대한 당위성은 꾸준히 의구심을 불러왔다. 상식과 상충하는 표면적인 성경 구절의 해석은 종교의 심오함 뒤에 대충 숨기더라도, 핵심적인 주요 개념들을 삶의 이정표로 믿고 따를 수 있는지 확신이 필요했다. 때문에, 운신의 자유가 생긴 대학교 생활 초반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성경공부를 하러 다니곤 했다. 이어져 온 기간이나 성공으로 볼 때 기독교의 역사나 양상이야 한없이 넓고 깊을 테니 내가 그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공부를 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내게 필요한 건 단순했다. 유일신이 존재하고, 그 존재가 하나님이며, 성경이 그의 말씀을 담았는가? "확신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고, 그렇게 나는 소위 실족했다. 


이후의 가치 추구는 하라리가 묘사하는 인본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출발은 나와 내 감정을 포함한 경험이었고, 나의 존재, 더 정확히는 내 의식의 존재 자체로 당위성이란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관계로 확장하기 위해서 모든 존재하는 인간들은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는 글로벌 룰을 하나 받아들였고, 이와 상충하는 새로운 글로벌 룰의 생성은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객관적 실재와 주관적 경험의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유한한 수의 집단 내에서 상호주관적으로 정의되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로컬 룰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치 판단은 언제나 두 단계로 이루어졌는데, 상당히 보수적으로 글로벌 룰에 위반되는지를 검토하는 과정과, 로컬 룰에 내 자의식이 주도적으로 기여할 기회를 찾는 과정이 그것이었다. 즉, 내 존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모두를 마땅히 설득할 수 있어 보이는 주장으로 그 의미를 확장한 뒤, 그걸 바탕으로 직접 교류하는 사회 내에서 다양한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내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형태의 과정들이었다. 

이제껏 오래 변하지 않고 가져왔던 내 가치관들은 다 이를 바탕으로 형성되었다. 아이를 꼭 갖고 싶어 했던 것도 새로운 존재를 낳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수학에서 출발해 복잡계에 이르기까지 전공 분야를 선택해 온 과정도 내 판단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보기 위함이었으며, 갈등 상황에 개입하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도 저 구도를 통해 남다른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외모에 대한 글로벌한 기준이 있다는 것을 거부한 것,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를 대하는 차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던 것, 소위 위아래 없이 행동하려고 했던 것, 일관성을 정치인의 가장 큰 재능으로 생각한 것, 누가 어쨌다더라는 엄마의 말을 삶에 반영하지 않은 것 등등이 모두 결을 함께 한다. 한동안은 이 시각으로, 확신에 차서 삶을 살아왔다. 


다만, 최근 몇 년의 경험은 이런 사고 체계에 대한 상당한 변화를 요구했고, 이로 인해 지금의 나는 해결되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다. 

우선, 존재에 꼭 의미 부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은 시작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과학적인 근거들이 업데이트되며 환기시켜 주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건 논리적으로도 자명했다. 다만, 내 판단의 객관적 실재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주관적 세계에서 나는 매 순간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삶에 의미를 부여해 가치관을 갖지 않고는 허무주의로 빠지지 않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의미를 부여했던 일들에서 실패를 겪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가장 단적인 예는 최근의 이별이다. 위에서 이어지는 가치관의 관점으로 본다면, 주도적으로 개입해 만들어 놓았던 수많은 가치관들 대신 새로운 로컬 룰을 함께 만들면서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의 세계를 위한 스토리텔링을 시도했지만, 결국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실패해버린 것이다. 연속적인 몸의 슬럼프도 유사한 실패의 경험이다. 판단한 우선순위가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왔는데,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질 않는다. 이런 실패의 경험이 내 사고방식의 논리적 정합성 자체를 훼손하는 건 아니었지만, 가치 판단 과정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하라리가 기술한 것처럼 과학기술의 발전 역시 사고 체계에 상당한 변화를 요구했다. 갑론을박이 있는 미래의 기술 발전 정도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제기된 몇몇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해서 유연한 로컬룰로만 커버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현재로선 소위 과학기술인으로서 기술인본주의와 데이터교로 기술된 호모 데우스의 세계관을 거부할 근거를 생각하기 어렵고, 내 기존의 사고 체계가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몇 달간 반복해서 말한 것 같은데, 지금으로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다. 관성대로 기존의 사고 체계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긴 한데, 이미 큰 의구심이 들어버렸으니..


여튼, 사피엔스에서는 나와 비슷한 세계관을 여러 군데 발견하면서도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즐거움을 느꼈다면, 호모 데우스는 사피엔스에서 얻은 새로운 시각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제공받으면서도 어릴 적의 가치관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최근의 개인적인 고민들까지 이어지는 질문들을 받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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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 조현욱 옮김


- 별 볼일 없었던 인류는 인지혁명 이후 픽션을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생물학적 영역의 구속 내에서 행동과 능력의 한계를 극도로 넓힐 수 있었다. 

- 농업혁명 이후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인구 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 상상의 질서는 물질 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고,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하며, 상호주관적으로 존재한다. 

- 수천년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통일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우리는 여전히 '고유'문화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고유성'이라는 것이 독자적으로 발달된 무엇,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대의 지역전통으로 구성된 것을 뜻한다면, 오늘날 지구상에는 고유 문화가 하나도 없다. 

- '우리 대 그들'이라는 이분법적 진화적 구분을 넘어서기 위해 등장한 질서는 화폐 질서, 제국의 질서, 종교의 질서 등이 있었다. 

- 역사는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이나 정치는 second order chaotic system(예측에 대해 반응 하는 카오스)이다. 그렇다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 현대 과학은 과거의 모든 전통 지식과 다음 세 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 1) 무지를 기꺼이 인정하는 용의가 있다. 라틴어로 표현하면 ignoramus에 기반을 두고 있다. 2) 관찰과 수학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3) 이론을 창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해서 새 힘을 획득하고자 한다. 

- 하지만 현대과학은 선조들이 대처할 필요 없었던 심각한 문제를 하나 제기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하며 지금의 지식도 잠정적인 것이라는 가정은 우리가 공유하는 신화에까지 적용된다. 이 신화들 중 많은 것이 의심스럽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우리는 어떻게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공동체, 국가, 국제 시스템은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까? 정치사회적 질서를 안정시키려는 현대의 모든 노력은 다음의 두가지 비과학적 방법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1) 하나의 과학이론을 택해서 통상의 과학적 관례와는 반대로 그것이 궁극적인 절대진리라고 선포하는 것. 2) 과학은 내버려두고 과학과 무관한 절대진리에 따라 사는 것. 이것은 자유주의적 인본주의 전략이었다. 

- 현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신뢰하는 덕분이며, 자본주의자들이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할 의사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와 원자재는 유한하고, 이들이 고갈된다면 성장에 대한 믿음은 깨질 것이다. 이들은 정말 유한할까? 산업혁명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의 혁명이었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고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뿐이라는 사실을 산업혁명은 되풀이해서 보여주었다. 

- 인류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자원 희소성과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계속해서 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반대로 생태계 파괴에 대한 두려움은 근거가 너무 확실하다. 

- 현대사회의 속성을 규정하려는 모든 시도는 카멜레온의 색을 규정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속성은 끊임없는 변화다. 

- 행복에 대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정의는 '주관적 안녕'이다. 즉, 내 삶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해 느끼는 즉각적인 기쁜 감정이나 장기적인 만족감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원하는 것을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의 내부 생화학 시스템은 행복 수준을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는 듯 하다. 진화에서 행복과 불행이 맡는 역할은 생존과 번식을 부추기거나 그만두게 하는 것과 관련해서만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진화의 결과 우리가 너무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게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행복이란 불쾌한 순간을 상쇄하고 남는 여분의 즐거움의 총합이 아니라, 그보다는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데서 온다는 것이다. 행복에는 중요한 인지적, 윤리적 요소가 존재한다. 우리가 아는 한, 순수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삶은 절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인류는 목적이나 의도 같은 것 없이 진행되는 눈먼 진화과정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행복의 관건은 의미에 대한 개인의 환상을 폭넓게 퍼진 집단적 환상에 맞추는 데 있을지 모른다. 내 개인적 내러티브가 주변 사람들의 내러티브와 일치하는 한 나는 내 삶이 의미 있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며, 그 확신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앞 두 가지의 주관적 요소가 전부일까? 불교에서는 진정한 행복은 주관적 느낌이나 감정과도 무관하다고 가르친다. 우리가 외적 성취의 추구뿐 아니라 내 내면의 느낌에 대한 추구 역시 중단하는 것이다. 

- 대부분의 역사서는 사회적 구조, 제국의 흥망, 기술의 발견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 지난 수십억 년 동안 생명의 역사에서 지적설계는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물공학을 통해 지적인 설계가 지배하는 우주적인 새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만일 사피엔스의 역사가 정말 막을 내릴 참이라면, 우리는 그 마지막 세대로서 마지막으로 남은 하나의 질문에 답하는 데 남은 시간의 일부를 바쳐야 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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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운 경험이었다. 말이 잘 통하는 박식한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 더욱이 그 친구가 내 생각을 지지하는데다 지평을 넓혀주는 느낌까지 들게 하는 독서라니.

사회의 질서를 부여하는 도덕과 정의, 종교, 국가, 화폐 등의 관념이 상호주관적으로 존재한다는 관점, 그리고 그런 관념들이 욕망의 형태까지 결정한다는 주장, 주관적 안녕이란 정의에서 출발해 나와 주변의 내러티브를 일치시키는 지점을 지나 주관의 영역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행복을 기술하는 것 까지 마치 내 생각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 같았다. 게다가 현대 과학의 특징을 설명하는 부분이나, (second order) chaotic system인 사회에서 과거를 통한 미래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인식, 현대 경제 시스템의 작동 메카니즘을 설명하는 부분, 현대 사회의 속성을 언급하는 부분 등도 내가 전공으로 삼고 공부해왔던 관점들과 일치해서 너무 반가웠다.

뿐만 아니라, 농업혁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자원 고갈에 대한 해석, 역사서의 지향점에 대한 설명 등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신선한 것들이었다.

충돌이 있었던 지점은 한 곳이었다. 사회 관념이 상호주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일치했지만, 나는 그 가운데에서도 적은 수의 '보편타당한 가치'(e.g. 생명의 존엄성)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해온 반면, 저자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의 예를 통해 이런 '가치'들이 인간에게 비과학적으로 질서를 부여하는 하나의 형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과학적인 관점 하에서는 납득할만하다고 느껴지고, 개인적으로는 좀 더 생각해볼 만한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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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몸 사용설명서 (YOU: The Owner's Manual)  (0) 2018.07.21

Michael Roizen, Mehmet Oz / 박용우 옮김


1. 이상적인 몸매

- 좋은 식습관이 몸에 배게 하라.

- 지나친 소식을 삼가라.

- 식사계획을 세워라.


2. 식욕의 과학

- CART: 식욕을 누르고 포만감이 생기게 하는 화학물질, 저장된 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에 의해 자극을 받음.

- NPY: 식욕을 촉진하는 화학물질, 위에서 분비되는 그렐린에 의해 자극을 받음

- NPY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장기간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량이 늘어난다. 만성적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비만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식품라벨을 확인하라. 설탕, 정백당, 맥아당 등의 단순당, 강화밀가루, 표백밀가루, 정제밀가루, 액상과당 등의 성분이 있는 음식을 멀리하라.

- 포화지방 대신 불포화지방을 선택하라.

- 갈증과 배고픔을 혼동하지 마라.

- 과음을 자제하라.

-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라.

- 건강한 섹스를 즐겨라.

- 호르몬 수치가 갑자기 증가하는 상황에 대비하라.


3. 소화

- 모든 칼로리가 몸에서 똑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과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섬유질은 포만감에 큰 공헌을 하지만, 단순당은 포만감에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

- 미주신경을 활성화시켜 뇌에 신호를 전달하게 하는 대표 전령은 CCK라 불리는 물질이다. CCk는 배가 부르다는 분명한 물리적인 신호를 보낸다.

- 음식물은 소장의 아랫부분에서 포만감을 알리는 또 다른 회맹판이라는 신호등을 만나게 된다.

- 속도를 늦춰라.

- 섬유질은 아침에 먹어라.

- 그릇 크기를 줄여라.

- 천천히 먹어라.

- 고추를 먹어라.


4. 장 점검

- 활성산소가 우리 몸에서 무고한 세포를 마구 공격할 때 발생하는 혈관의 염증반응이 체중 증가의 중요한 원인이다. 염증이 생기면 이것이 뇌세포로 가는 당에게 방해공작을 펼쳐 필요한 만큼의 당이 뇌로 전달되지 못한다 .

- 만성 스트레스 -> 코티솔과 인슐린 분비 증가 -> 식욕 증가 -> 고칼로리 탐닉 -> 지방이 쌓임 (특히, 그물막에) -> 간에서 더 많은 지방과 염증 촉진 화학물질이 쏟아진다 ->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 -> 췌장으로 하여금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게 함 -> 배고파짐 -> 폭식과 그로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

- 음식끼리 맞붙게 하라. 항산화 성분이 있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유익한 PPAR의 작용을 촉진하고 유해한 NP-카파B를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음식을 섭취

- 커피를 마셔라.

- 하나씩 제거해나가라.

- 과식한 후에는 무조건 움직여라.

- 해가 되는 음식을 골라내라.


5. 지방과 건강

- 마른 사람이 뚱뚱한 사람보다 언제나 건강한 것은 아니다.

- 우리 몸에는 세 가지의 지방, 즉 중성지방 형태로 혈액을 도는 지방, 피부 표면 아래에 있는 피하지방, 그리고 그물막지방(내장지방)이 있다.

- 혈압을 높이 치솟게 하는 인자는 매우 많다. 스트레스, 염분 과다섭취, 칼슘과 칼륨 부족, 신체활동량 부족, 비만 등이 대표적인 위험인자이다.

-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의 섭취를 피하자. 합쳐서 4g 이하.

- 혈압: 115/76, HDL: 40mg/dl 이상, LDL: 100mg/dl이하, 공복혈당: 100mg/dl 이하, CRP: 1mg/dl 이하


6. 신진대사 모터

- 당신이 섭취한 전체 칼로리 중 15~30 퍼센트만 운동이나 걷기 같은 의도적인 신체활동을 통해 연소된다.

- 당신이 12시간 굶으면 신진대사율이 40퍼센트 감소한다.

- 우리 몸에 아디포넥틴이 많을수록 체중과 체지방은 줄어든다.

- 갑상선자극호르몬: 5mlU/L 이하, 코티솔: 하루 100mg 이하, 칼륨: 3.5mg 이상, 칼슘: 8~10mg, LH와 FSH비율: 3 대 1, 유리 테스토스테론: 남성의 경우 200mg/dl 이상


7. 움직여라

- 근육은 지방보다 무겁다.

- 근력 운동+유산소 운동+유연성 운동을 고르게 해야한다.

- 움직이면 빠진다.

- 복근을 조여라.


8. 감정의 과학

- 감정을 주도하는 화학물질

- 노르에피네프린: 싸움과 도주 스트레스 반응의 주요 화학물질

- 세로토닌: 기분을 좋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

- 도파민: 쾌락과 보상시스템을 작동시키며 특히 중독에 민감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돕는 물질

- GABA (gamma-aminobutyric acid): 자연계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하나로 신경전달 억제물질이다.

- 산화질소: 진정시켜주는 성분이다. 신체 혈관을 이완시키는 생명력이 매우 짧은 가스.

- 기분에 따라 충동이 드는 음식

- 화가 났을 때: 고기처럼 질기거나 단단한 음식

- 우울할 때: 단 음식

- 불안할 때: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음식

- 외로우며 성적으로 불만족스러울 때: 파스타처럼 양이 많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음식

- 질투심에 눈이 먼 상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손에 닿는 음식(?)

- 세로토닌 레벨이 떨어지면 이를 즉각 분비해주는 음식(단 것)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우리가 진짜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 스트레스, 고통, 지루함, 분노, 좌절 등의 감정이 본색을 감추게 된다.

- 맛을 음미하라.

- 숙면을 취하라.


9. 누구를 비난해야 할까

- 우리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같은 감정과의 싸움에서 우리는 생리적으로 마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다이어트 실패로 인한 요요현상이 일정하게 비만상태를 유지하는 것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

- 다이어트에 대한 지나친 생각에서 벗어나야만 과식하는 버릇을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진짜 배고플 때만 먹어라.

-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제한하는 것이 체중조절에 도움이 된다. -> 매일 점심을 새싹비빔밥과 같은 한 종류로만 먹기와 같은 것.

- 충족감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

- 손에 뭔가를 쥐어라.

- 걸어라.

- 명상에 잠겨보라.

- 스킨십을 하라.


10. 유턴하기

- 유턴 가능한 곳에서 바로 유턴하라.

- 우악스러움 대신 우아함을 선택하라.

- 식습관계획을 자동화하라.

- 허리 사이즈가 체중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 당신의 몸에 대해 알아두라.

- 포만감을 유지하라.

- 지원군을 두어라.

- 실수가 치명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11. 운동프로그램

- 책 참조


12. 내몸 다이어트 식단

- 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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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Roizen, Mehmet Oz / 유태우 옮김

하루 권장 섭취량

- 엽산: 700mg

- 견과류: 30g

- 아스피린: 162g

- 마그네슘: 400mg

- 칼슘: 600mg 두 번 + 30분 땀흘리고 운동했을 때 마다 100mg 추가

- 비타민A: 1500IU 이상 2500IU 이하  = 535.71 mcg ~892.86 mcg

- 비타민B: 800mcg -> 엽산(B9): 800mcg, B6: 6mg, B12: 25mcg

- 비타민C: 600mg 하루 두 번 -> 고지혈증약 복용시에는 100mg 두번으로 줄임

- 비타민D: 400IU = 10.00 mcg

- 비타민E: 400IU = 합성 363.64mg, 천연 268.46mg -> 고지혈증약 복용시에는 100IU로 줄임

- 아연: 15mg

- 코엔자임 Q10 

- 카르니틴

- 리포산

- 셀렌: 100mcg (1000mcg 미만)



1. BQ(Body Quotient) 문제 발췌

- 이상적인 혈압은 115/76이다. 혈압을 체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지방을 좋아하는 것은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미각이어서 8주 정도 훈련하면 바꿀 수 있다.

- 위궤양을 일으키는 세균 대부분은 배우자 사이에 상호 감염된다.

- 남자는 장 벽에 여자보다 많은 알코올 분해 효소를 가지고 있어서 마신 술의 절반 정도는 혈관으로 흡수되기 전에 소화된다.

- 웨이트 트레이닝시 근육이 피로할 때까지 반복해야 근육의 활력을 높이고 힘을 키울 수 있다.

- 손만 잘 씻어도 모든 감염의 70~80%까지 예방할 수 있다.

- 처방 없이 구할 수 있는 호르몬 보조제는 모두 가짜다.


2. 심장과 혈관

- 심장 발작의 가장 흔한 증상: 흉부 통증 불편감(누르고 조이는 느낌), 신체 상부 불편감(팔, 등, 목, 턱, 위장), 숨찬 느낌, 식은 땀, 울렁거리는 느낌, 갑작스런 극심한 피로 등..

- 콜레스테롤은 동맥의 상처를 덮는 데 쓰이는데,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은 이 과정에서 혈전이 쌓이는 것을 유발한다. 고밀도콜레스테롤(HDL)이 더 효과적으로 이를 수행하기 때문에 좋다. 

- 지방을 충분히 연소하려면 일주일에 3,500~6,500kcal 정도를 소모하면 된다. 이는 최대심박수의 80% 정도로 주 3회, 20분씩 (총 60분) 정도 운동하면 된다. 

- 혈압 (115/76) 유지, 포화지방산/트랜스지방산 일 평균 20g 이하 섭취, 호모시스테인 9mg/dl 이하 유지, hs-CRP 낮게 유지, 혈당 100mg/dl 이하 유지,  최대심박동수(220-나이) 도달력 및 회복력 유지(3분간 최대강도로 운동 후 최대심박수의 80~90%에 도달했는지, 2분 휴식 뒤 66회 이상 감소했는지)

- 분노, 우울 스트레스를 해소하라. 

- 견과류 하루 30g정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생선, 올리브유를 통해 전체 콜레스테롤 중 HDL 비율을 높이기. 

- 아스피린(하루 162mg정도), 종합비타민, 엽산을 섭취

- 잠을 7~8시간 정도 (여자는 6~7시간) 자기. 


3. 두뇌와 신경계

- 기억력도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니코틴, 탄수화물 등은 도파민의 분비를 유발시키면서 중독으로 발전하게 한다. 그러므로 수면 부족이야말로 설탕과 건강에 좋지 않은 지방 섭취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 다리가 부러지면 걸을 수 없듯이 우울증 환자는 뇌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일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의학적으로 진단하는 우울증은 슬픈 감정이 최소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이다. 

- 뇌를 성장시키는 일에는 가장 전통적인 방법인 새로운 것을 배우기, 과학자들이 지칭하는 "한계까지 시험하기" 등이 있고, 추가적인 요소로 학습이 있다. (더 많이 알수록 학습 능력을 최대한으로 늘릴 수 있다.)

- 일반적으로 심장에 해로운 것은 뇌에도 해롭다. 

- 뇌는 큰 스트레스나 작은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였을 때만 늙는다. 

- 엽산, 비타민, 코엔자임 Q10, 리포산과 카르니틴, 리스버라트롤, SAMe 등은 뇌에 좋다. 

- 휴가를 상상하라. 


4. 뼈, 관절, 근육

- 사실 뼈는 우리 몸에서 재생되는 유일한 물질이다. 

- 35세를 넘기면 뼈는 자라는 것을 멈추고 골밀도 또한 점점 떨어진다. 

- 우리 몸에서 관절만큼 쉽게 손상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 

- 자신의 능력에 맞는, 세 가지 유형의 운동을 하라. 근력 운동은 근육을 강화시키고, 관절의 유연성을 증가시키고, 뼈 조직을 재형성한다. 지구력 강화 운동을 함께하면 몸이 전체적으로 강해진다. 

- 8/12법칙: 8번 들어올릴 수 있지만 12번은 안되는 무게를 선택하라. 

- 숨을 쉬어라. 무거운 것을 당기거나 밀 때 숨을 내뱉고, 처음 자세로 돌아올 때 들이마셔라. 

- 칼슘은 30대 초반 이후에는 꾸준히 섭취해야만 한다. 칼슘 보충제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우유 등으로 섭취해도 되지만 포화지방을 너무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1회 600mg이하씩 하루 총 1200mg이상 먹는다. 칼슘은 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30분 이상 땀을 흘리는 운동 당 100mg을 추가로 섭취한다. 철분은 칼슘 섭취를 방해하므로 2시간 정도 시차를 두고 먹는 것이 좋다. 

-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등은 관절의 윤활 역할을 돕는다 .

- 똑바로 서고, 쿠션이 좋은 신을 신고, 지방을 줄이고, 담배를 끊어라. 


5. 폐와 건강

- 렘수면 / 서파수면

- 수면 수칙: 일정 시간 틀에 맞추어라. 체온을 낮춰 주어라. 자기 전에 멜라토닌이 함유된 약간의 음식(귀리, 옥수수, 저지방 우유 등)을 먹어라, 침실에서는 잠과 성 생활만 하라. 

- 목둘레가 38cm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가능성이 50% 이상이다. 체중 감량이 도움이 된다. 

- 천식환자 1/3은 18세 미만으로 노화관련 질병이 아니다. 다만 천식 자체는 노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숨을 깊게 쉬어라. 

- 2층을 뛰어오르거나 한 2 킬로미터 정도 걷기를 쉬지 않고 할 수 있다면, 좋은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담배를 끊어라. 


6. 소화 기관

- 역류는 진화를 통해 전해진 선물이다. 역류를 통해 해로운 음식물을 제거하는 독극물 제어 시스템이 있는 것. 

- 입냄새도 위와 관련이 있다. 

- 음식을 먹지 않는 동안 담낭에 모인 담즙에서는 녹아 있는 일부 물질이 침전하여 결정을 형성할 수 있고 이것이 뭉쳐 커지면 담석이 만들어진다. 지방질이 많은 식사는 담낭이 더 강하게 수축하게 만들므로 담석으로 인한 통증을 증가시킨다. 

- 간은 당신의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중앙 지휘관 역할을 한다. 

-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측면에서 볼 때, 장은 화학적으로 두뇌와 가장 유사한 기관이다. 

- 대장 근육 사이에 작은 흠이라도 생기면 대변이 그 틈으로 들어가 진흙처럼 굳어진다. 이것을 게실이라고 하며,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게실염이라고 부른다. 섬유질이나 물을 너무 적게 섭취할 떄 생길 위험이 커진다. 

- 액상과당은 렙틴 분비를 억제하여 뇌가 배부르다는 신호를 받지 못하게끔 한다. 이 상황에서 그렐린이 계속 분비되다 보니 위에 음식이 있는데도 끊임없이 배고프다는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액상과당을 조심해야 한다. (이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수면부족!)

- 물과 섬유질을 많이 먹어라. 오렌지, 포도, 건포도, 말린 과일, 고구마, 완두콩, 호박, 현미 등에서는 비수용성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다. 귀리, 보리, 호밀, 콩, 팥에서는 수용성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다. 

- 밤참을 피하고, 작은 그릇에 음식을 담아서 시각적 효과를 얻어라. 섬유질, 식전의 약간의 지방을 섭취해라. 건강에 좋은 단순포화지방산을 약 7kcal 섭취하면 딱 좋은데, 호두 6개 혹은 땅콩 20개 정도면 충분하다. 

- 먹는 음식에 민감해져라. 

- 양치질에 3분 이상 투자하라. 치실을 사용하라. 

- 청결을 유지하라


7 .성 기관

- 전립선 암은 끝까지 오래 사는 한 거의 모든 남자가 걸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암이 얼마나 공격적이냐 하는 것이다.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서 천천히 자라나는 타입의 전립선 암은 아주 흔한 것으로 대부분 치료하지 않아도 20년 이상을 더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젊은 남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전립선암은 공격적 타입으로 치명적인 성향을 띠기도 한다. 

- 전립선에는 흔한 질환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전립선비대증이다. 

- 섹스를 더 자주 하라. 

- 마늘과 익힌 토마토로 셀렌과 라이코펜을 섭취하라. 

- 정기검진을 받아라. 


8. 감각 기관

- 노화가 가장 먼저 찾아오는 부위 가운데 하나가 피부다. 노출되는 모든 부위에 한상 자외선차단지수가 45인 차단제를 발라주고, 담배를 피하라. 

- 자외선 A를 걸러주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라.

- 10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계속해서 노출 되는 환경을 피하라. 

- 통증이 느껴지면 적극적으로 치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9. 면역 체계

- 면역 기관: 흉선, 골수, 비장, 임파선 등

-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성이기 때문에 항생제는 직접적인 효과가 없다.

- 바이러스의 약점 가운데 하나는 세포에 침입할 때 도와줄 물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의 항바이러스제들은 바이러스가 세포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날씨나 몸이 젖는 것이 감기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 우울증을 극복하라. 

- 스트레스를 조절하라. 


10. 호르몬

- 호르몬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고, 그 반대다. 감정이 뇌의 여러 생화학물질을 통해 우리 몸의 호르몬을 조절한다. 

- 내분비계: 뇌하수체, 갑상선, 부신, 신장, 췌장, 생식선

- 혈압을 조절하라.

-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먹어라. 

- 증상을 터놓고 말하라.  


11. 암

- 암세포는 근본적으로 정상적인 세포이며, 세포 안의 일부가 나쁜 것으로 변화된 것이다. 

- 사실 100% 사망하는 암은 없다. 

- 비타민D, 엽산, 토마토, 셀렌, 브로코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등이 도움이 된다.

- 조기 검진이 최선이다. 


12. 내몸사용메뉴얼 다이어트

- 걷기: 매일 30분

- 스트레칭 또는 요가: 걷기 끝나고 날마다

- 스태미나 훈련: 매주 3번, 20분, 땀을 흘리고 끝에는 숨이 찰 정도로

- 근력강화 훈련: 매주 3번, 매회 10분

- 심호흡: 복식호흡훈련 10회씩

- 수면: 날마다 7~8시간

- 식사: 배고플 때 먹어라. 적어도 취침 3시간 전에 식사해라. 

- 그릇은 되도록 작게

- 매일 먹을 음식: 과일과 채소 아홉 주먹, 약간의 견과류, 섬유질을 포함하는 잡곡, 현미, 통밀 빵 또는 씨리얼

- 적어도 일주일 3번: 생선

- 매주 1번: 조리한 토마토 제품 150ml

- 피해야 할 음식: 트랜스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을 포함하는 정제식품, 크림 소스, 흰 빵, 흰 쌀 등과 단순당, 액상과당

- 매일 마실 것: 물 1.8L, 저지방 우유 2컵, 와인 한 잔

- 매주 복용할 것: 종합비타민 (엽산 800mcg, 비타민D 400IU, 칼슘 1200mg, 마그네슘 400mg, 다른 것들은 일일 기준치를 포함하는 것), 아스피린 162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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